택시안 세상돌아가는 이야기.. 2013. 12. 15. 07:21


         (매우 추운날 오전, 화단 앞에 검은 한 줄이 보이시는지 모르겠지만 비둘기들이 모이를 먹고 있다.)

역삼역에서 차 병원 방향으로 진행하다보면 차 병원 사거리 우측에 도로 쪽으로 한 차선을 잡아먹고 공사를 하고 있다. 아마도 지하철 출구 공사를 하는 모양이다. 두 분의 여성과 그곳을 지나가고 있었다. 길이 막힌다며 푸념하는 승객을 달래려 우측에 공사하는 것에 대해서 지하철 출구가 아니겠느냐고 했다.
"저건 지하철 출구 공사하는 거 아닐까요? 지하철 출구가 이쪽에 생기면 좋은 거니까 이 동네 분들은 이해하고 다니셔야 하는 거 아닐까요?"
"저희요? 저희는 상관이 없어요.."
"그래도 건물주들은 지하철 출구가 어디로 가느냐가 집값 오르는데 도움이 되니까 중요하겠죠.. 그리고 세입자들도 지하철이 옆에 생기면 좋은 거 아닌가요?"
"아저씨! 아저씨가 몰라서 그러시는데요 여기 요즘 아가씨들도 다 빠져나갔어요.. 빈집이 널렸어요.. 요즘 아가씨들은 잠실 삼전동 쪽으로 떠났어요.. 집세가 너무 비싸거든요..."
"그래요? 그럼 잘되었네요.. 잠실로 갔으면 그녀들이 택시 타고 오지 않겠어요? 우리한테는 좋은 소식인데요?"
"아저씨! 여기 아가씨들이 누가 택시 타요? 콜 뛰기 타고 다니지요..."
"아니.. 콜 뛰기들 다 잡혀 들어갔다고 하던데요.. 아직도 영업하는 자들이 있나봐요? 다들 잡아 넣어야 할 텐데..."


요즘 아침에 너무 춥고 대낮에도 너무 춥다. 13일의 금요일 아침 웬일인지 평일과 다르게 빈 택시가 한 대도 안보이고 길거리에는 추워서 벌벌 떨고 있는 승객들만 보인다. 이럴 땐 머리가 좋아야 한다. 택시를 타는 것도 요령이 있어야 하는데 택시 기사인 필자가 보기에는 택시 승객이 내릴만한 곳에서 대기해야 택시를 탈 수가 있다. 이런 날의 영업은 내리고 타고 내리고 타고 이런 식으로 승객이 내리는 자리에 기다리던 인간이 축복 받은 인간이 되는 것이다.

대치역 사거리에 승객이 하차하고 우회전을 하니 두 여인이 탑승했다.
"아저씨 안녕하세요.. 저희들 지금 30분 동안 택시 기다렸는데 택시들이 안와요 오다가 돌려가는 택시도 있었어요.. 정말 추워서 죽을 뻔 했어요.."
"그래요? 그럼 죽을 뻔 하셨다니 제가 생명의 은인이죠? 그러니까 생명의 은인이 어떻게 생겼나 저를 잘 보세요..(룸 밀러에 얼굴을 들이대며 얼굴을 보여준다. 살짝 고개를 돌려서..) 제가 고맙죠..? 고맙지 않나요?"
"고맙죠.. 생명의 은인이신데요.. 영광이죠.. ㅋ"
"그런데 택시가 왜 오라는데 돌려서 갔죠?"
"그건 뭐 눈에는 뭐만 보여서 그렇죠.. 경기 여고 쪽에서 오던 택시가 건너편에 손님이 있는 것을 본 모양이죠.. 그러니까 손님 내리고 유턴해서 그 손님 태운 거죠.. 그들끼리 눈이 맞은 거니까 신경 쓰지 마세요.."

요즘같이 추운 날에는 생명의 은인 택시도 있고 천하의 웬수 택시도 있는 모양인데....

Posted by D00k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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