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안 세상돌아가는 이야기.. 2020. 10. 23. 23:18


아침마다 참새 방아간처럼 들러 태우는 손님이 있다. 월요일, 주말만 빼고 거의 매일 타는데 비슷한 시간대에 나오는 또 다른 손님도 있어서 세 사람 중에 한 사람은 꼭 태우는 편이다. 제법 왕거니 손님이니 신경이 쓰인다. 왕거니라는 말을 쓰고 보니 74세 어르신이 생각이 나는데 이분은 매일 양복을 입고 택시 타시고 출근을 하시는데 강동서 약수역까지 올림픽 대로로 가라고 하신다. 가다가 어딘가 통화를 하고 이러신다.

"택시기사들은 저 전광판도 안보나 봐요? 올림픽 대로가 막히니 강북으로 갑시다."

"솔직히 전광판을 보더라도 우리가 총대 매고 이길 저길 제안하지 않습니다. 더구나 지금처럼 코스가 정해진 경우 그렇게 해야 할 이유가 없지요.."

어르신은 통화중 순대국 이야기를 했는데 "너희들은 순대국 집에서 자주 모이더라?" 이런 대목이 있어 여쭈어보니 약수동에서 한남동 방향 좌측에 우리은행 골목 안에 있는 순대국 집이 맛이 있다고 하신다. 왕거니 이야기는 꿀꿀이 죽을 먹다 보면 햄이 큰게 나올 때 그걸 왕거니 라고 불렀다고 한다. 꿀꿀이 죽은 미군들의 잔반을 드럼통으로 받아다가 끓여서 파는 것이었는데 먹다 보면 맛은 있는데 요지도 나오고 담배꽁초도 나온다고 했다. 

춥고 배고프던 시절을 필자가 알지는 못하지만 그 전후 세대 50년대 생이 가장 불쌍한 세대라며 자신이 그 세대라고 늘 필자에게 술만 마시면 말하던 사람이 있었다. 하여튼 강남에서 아침에 불광동 콜을 받았다. 픽업 하러 가니 세 잡놈이 나왔는데 무악재에 한 놈이 내린다고 했다. 타자마자 얼마 안가서 잡 놈 중에 한 놈이 이런다.

"아저씨 차가 꿀렁 꿀렁하지 않게 찬찬히 가 주세요!"

꿀렁 꿀렁? 필자가 타는 차는 cvt다 이차는 1단에서 2단으로 넘어갈 때만 변속 충격이 있어 저속 운행 시 악셀을 조심해서 밟지 않으면 꿀렁 댄다. 이 손님들 신경이 쓰인다. 오늘 재수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술 먹은 잡 놈들 태우기 싫어서 밤 일도 안 하는데 아침에 나오는 잡 놈들은 술을 먹고 밤을 샌 인간에게 나는 냄새 흡사 소 외양간에서 나는 냄새까지 풍긴다. 아무리 예쁜 아가씨라도 밤을 새면 이런 냄새가 난다. 

잡놈 들은 잠에 녹아 떨어졌고 조금 여유가 생긴 필자는 백미러로 잡놈들의 모습을 보았다. 그런데 그때까지는 몰랐던 것이 보였다. 이놈들이 마스크를 턱에 걸고 있다는 것이다. 큰일 이었다. 자는 놈들을 깨워서 마스크를 쓰라고 할 수도 없고 창문만 내리고 갈 수 밖에 없었다. 아.. 이 인간들 현금 주면 좋을 텐데.. (카드 결제시 코로나 환자가 발생하면 억울하게도 필자가 검사를 받고 격리가 될 수가 있으니..)

목적지에 도착, 요구 하지도 안았는데 알아서 현금을 준다 ㅎㅎ 이게 웬 떡이냐 다행이었다. 그 손님이 내리고 다음 손님 당산동이다. 그런데 픽업 하러 간 곳이 동네 놀이터였다. 이거 장난친 게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던 그 순간 손님이 다가와 탔다. 코스는 네비가 아니라 직접 명령이었다. 그런데 그 길이 열라 막혔고 짜증은 왜 나한테 내는지 알 수가 없는 노릇이었다. 응암동에서 천 변 동측으로 가서 마포구청 직전에 우회전이 안되니 좌회전 관공서 내부로 들어가 다시 나오며 보니 길 끝에 기둥이 박혀 있어 끝까지 가면 월드컵 경기장을 지나 유턴을 해야 성산 대교로 갈 수가 있었다.

그러니 이 손님은 이 길의 빠꾸미 인가보다. 당산역에 내려드리고 유턴해 여의도나 강남으로 가야 할 텐데.. 모녀가 손을 든다. 딸로 보이는 사람은 배웅을 하고 선우용녀 정도의 연세의 손님이다. 신정 네거리에서 우회전 신월동 방향이시란다. 

"그 신정 네거리 우회전하면요 길이 삐딱한 길이 하나 더 있는데요 신월동 방향이면 거기서 좌측 길 맞으시죠? 아니 그러지 말고 주소를 알려주세요"

"그게 아니라 거기서 차가 기다리고 있으니.."

주소를 줄 수가 없다는 것이다. 관광버스인가? 라는 생각을 하며 가고 있는데 전화가 온다. 목동 오거리.. 또 전화가 온다. 목동 오거리에서 좌회전 중이야 (라이브 중계를 하시려나?) 

"그 차 혹시 자가용이예요?"

"자가용인데요.."

"자가용이시면 불륜 아니신가요?ㅎㅎ"

"요즘(코로나 시대)도 그런 사람들 있어요?"

"돈이 썩어나는 사람도 있으니요..."

"불륜들이 그런거 같던데요 여자가 아파트 촌에서 타서 기본 요금 거리를 가서 내리는데 내리는 곳에 보니 검정 세단이 서 있고 사내가 창문을 열고 담배 연기가 올라가던데요?"

목적지에 다와가니 비슷한 연배의 여성분이 손을 흔든다.

"저 불륜들 저기 나와있네?ㅎㅎ"











Posted by D00k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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